POSE
"FIRE ESCAPE"
Q. 작품을 처음 봤을 때, 관람객들은 선명한 컬러와 매우 섬세한 라인에 빠져들어 작품을 감상하다가 이후 익명적인 인물에 집중하게 된다. 인물을 창작하는 과정과 이들을 미스터리하게 만들기 위해 일부분을 생략하는 것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는가?
익명성에 관한 것이라면 의도한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가끔은 다른 이유가 있기도 합니다. 저는 종종 필수적인 인물의 중요도를 작품 속에서 높이기 위해 삭제 혹은 지우는 기법을 사용합니다. 제가 한 제스처를 강조하고 싶다면, 예를 들어 말을 하고 싶은 욕구, 듣고 싶거나 혹은 무언가를 소리치고 싶다면 저는 아마도 입을 삭제할 것입니다. 입이 작품의 구성에서 빠진 것부터 갈등과 긴장을 고조 시키기 때문입니다. 수년 전 LA 현대미술관에서 패널로 참여하여 연설한 적이 있는데, 당시 키티 디자인의 보편적인 힘은 표현의 부족이라는 의견이 제기되었습니다. 이는 관람자가 자신의 감정을 투입 시킬 수 있는 빈 캔버스와 같은 것입니다. 저는 정말로 이 개념을 좋아했고 그리고 설명되지 않은 이야기가 남겨졌을 때 힘이 생긴다는 것에 완전히 동의합니다. 내포된 이야기를 온전히 완성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관람객 뿐입니다.
Q. 작품이 3차원적인 움직임과 환영을 만들어 내는 다층적인 레이어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레이어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나요?
저는 1980년대에 태어났으며 자라면서 디지털 혁명의 가파른 발전이 일어난 시기에 엄청난 영향을 받았습니다. 초기의 8비트 비디오 게임부터 디지털카메라가 세상에 소개되고 인터넷의 혁명이 일어나는 과정은 저에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저는 언제나 "하이퍼 리얼리티"의 아이디어에 늘 의문을 가졌으며, 2D/3D 공간에서의 그림에 대해 의문점을 가졌습니다.
Q. 작업을 통해 어떻게 독자적인 스타일을 개발했는지를 조사하면서 어떤 아티클에서는 당신의 작품 이면에는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의미가 숨어 있다고 언급한 것을 보았다. 이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줄 수 있는가? 어떠한 메시지가 작품 속에 녹아있는지 궁금하다.
저는 직관적으로 저의 잠재의식을 통해 작업 과정 중에 나타나는 다층적인 의미의 층이 최종적으로는 하나가 되게끔 작업을 합니다.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주변인들의 경험을 끌어내어 이야기들이 독특한 내러티브가 되게 하고 완성된 퍼즐이 되게 합니다. 저의 작품이 사회적, 정치적 논평을 양극화하지 않고 다양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 인간의 조건에서 파생된 정직한 퍼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므로 일부 퍼즐 조각들은 종종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Q. 당신의 그림 일부는 매우 밝고 선명한 네온 컬러가 사용되며, 동시에 블랙, 차콜 그레이와 같은 짙은 색이 좋은 밸런스를 가지고 있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섬세하게 이러한 컬러 팔레트를 구성하는가? 아니면 일부는 즉흥적으로 작업된 것인가?
제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컬러 팔레트는 전 세계를 여행하며 그래피티 작업을 했던 시절과 간판 화가로 활동했던 시기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거리에서의 작업 경험들은 저의 시각적 언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저는 정말로 컬러를 사랑합니다. 컬러에는 소통하고 감정을 일깨우는 엄청나게 강력한 힘이 숨어져 있습니다. 저는 이번 개인전 Fire Escape에 출품한 작품들을 제작할 때 정말 신중하게 컬러 팔레트를 선택했습니다. 저는 최근에 내면의 평화를 찾았고 무광의 블랙과 차콜 그레이를 사용하면서 이렇나 내면의 평화를 일깨우고 이를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블랙은 빛을 빛내는 컬러가 아닌 무채색이며, 소음이 없는 상황이나 조용한 상황, 또는 공간을 회화로 표현하기에 적합한 색채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네온과 선명한 색을 사용하는 이유는 이러한 색들이 가진 빛나는 효과 때문입니다. 저는 가끔 회화 앞을 지날 때 작품 속의 감정과 물리적인 존재가 깨어나는 것을 느낍니다. 저는 시끄러운 색, 조용한 색이 한 쌍을 이루게 함으로써 색채 각각의 캐릭터를 극대화 시킵니다.
Q. 콜라주 테크닉에 대해 설명해 달라. 콜라주는 당신의 작품에 있어서 주요 방법이다. 단순히 수집하고 캔버스에 붙이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당신이 다양한 종류의 모티브를 화면 위에서 조합하고 의미의 층을 형성하는 것을 알고 있다. 당신은 어떻게 작품 속에서 오브제를 배열하고 위치를 정하며, 또한 어떻게 메시지 혹은 주제와 연결하는가?
저는 매우 직접적인 내러티브 혹은 주제로 작업을 최종적으로 마무리하지만 작업을 시작할 때는 항상 순수하고 직관적인 장소에서 시작하며 스케치 과정을 통해 내러티브를 찾아냅니다. 콜라주는 핸드 콜라주와 핸드 드로잉이 혼재된 것으로 이 과정을 거친 후 컴퓨터에서 콜라주 작업을 진행하고 캔버스나 종이 위에서 회화 작업을 시작합니다. 저는 보통 3가지 과정을 거쳐 작품을 제작합니다. 첫 번째 단계는 시각적인 세계로부터 힘을 가지고 있거나 저에게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다가오는 여러 요소들을 조합하는 것인데 저는 이 과정을 '퍼즐 피스'라고 부릅니다. 두 번째 단계는 이 모든 '퍼즐 피스'들이 과열된 상태의 직관적인 콜라주가 되어 잘 되었다고 '느껴질 때'까지 며칠 혹은 몇 주의 시간을 들입니다. 그 단계에서 제 역할은 스케일, 형태, 컬러에 맞게 내러티브를 미적으로 다듬고 완성하는 것입니다. 종종 작품 속에 담긴 깊은 의미는 이 마지막 단계에서 발견됩니다. 릴리프 시리즈에는 에고 자아와 상위 자아 사이에서 겪는 개인적인 고충이 깊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작업 기간 동안 저는 전체 콘셉트를 순수하게 지성적으로 처리하려고 시도했는데 결과적으로 매우 차갑고 계산적이고 낯선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Q. 당신은 어떻게 작품 제목을 짓는가? 종종 작품과 제목 사이의 관계가 불분명해 보인다. 당신은 작품 제목이나 작품 속에 비밀스러운 의미를 감추는 것을 선호하나?
저는 몇 가지 이유로 인해 제 작품에 매우 언어적인 제목을 짓는 것을 경계합니다. 제가 관람자로 다른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때는 저는 시간을 충분히 들여 작품을 즐기면서 감상하고 작품과 저의 개인적인 관계가 형성되어 작품이 저에게 말을 걸게 합니다. 그리고 적은 양의 지시사항을 통해 그 무엇이든 작품 속에서 드러나도록 합니다. 저는 직접적인 제목은 호기심이 생기는 것을 방해하고 작품을 보는 경험과 관계를 맺는 가능성을 한정시킨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관람객이 작품과 상호작용을 하기를 정말 간절히 바라며 또한 작품과 연관되는 경험을 해보고 지속적으로 작품과 깊은 관계를 맺기를 바랍니다. 저는 작품 제목이 관람객에게 단지 하나의 여지로 작용하기만을 바랍니다. 저는 정말 좋은 작품은 그 자체로 정직하고 작가와 관람객 사이에서 관계와 소유권을 공유할 만큼 충분히 관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작품 제목을 실루엣처럼 혹은 닫힌 케이스가 아닌 열린 문처럼 짓는 것을 추구합니다.
Q. 당신의 캔버스 작품과 벽화 사이에 차이점이 있는가? 공통점은?
저의 진정한 첫사랑은 그래피티를 작업하는 것과 스튜디오에서 작품을 제작하는 것입니다. 잠시 제가 벽화를 그리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장소를 찾기도 했지만 거리 벽화, 축제와 관련된 산업은 금세 고도의 포화상태가 되었습니다. 스프레이를 활용해서 그리는 거대한 스케일의 거리 벽화는 제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초기 거리 벽화의 과장된 광고는 작업에 몰두하기엔 강압적이고 부담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거리와 공공장소는 신성하고 풍부하고 또한 중요한 공간이기 때문에 그 공간에 작업된 작품은 거리와 공공장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야 하지 그렇지 않으면 공공장소가 아닌 특정 브랜드의 또 다른 광고판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저는 거리 벽화로부터 거리를 두고 자주 그리지 않게 되었지만 새로운 시선과 힘을 가지고 미래에는 다시 벽화작업을 진행하고 싶습니다. 결국엔 캔버스 작품과 벽화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실내에서 제작하는 작품은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음악을 창조하는 것과 비슷하고 외부 작업은 군중들 앞에서 라이브 퍼포먼스를 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종종 최종 녹음은 주변 모든 사람과의 협업이 요구됩니다. 작가 신체의 모든 부분이 물리적인 요소로 작용하며 거리에서 벽화작업을 할 때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쾌감을 느낍니다. 저는 외부와 실내 작업에서 저 자신을 다 발견하지만 실내 작업에서는 좀 더 내밀한 요소들이 환기되고 외부 작업에서는 좀 더 공동적인 측면이 부각됩니다.
Q. 서울에 위치한 스페이스 파운틴 갤러리에서 최초로 열리는 서울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전시의 중심 주제는 무엇인지, 앞으로의 계획을 공유해 주세요.
무엇보다도 저는 서울을 너무 사랑합니다. 10여 년 전 서울에 여행을 와서 작품을 제작했는데 언제나 좋은 시간을 보냈으며 이 도시에 온전한 영감을 받고 돌아갔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전시가 제가 받은 영감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보답처럼 서울에 작은 선물로 되돌려주고 싶습니다. 관람객에 대한 저의 작은 바램은 잠시나마 시간과 정체성을 완전히 잊고 작품을 탐색하고 작품과 개인적인 관계를 형성하길 바랍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런던 사치 갤러리에서 열리는 대규모 그룹전에 참여할 예정이며 태국의 친 갤러리에서 개인전과 런던의 오미 갤러리에서도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습니다.